블루보틀 상륙에 요동치는 커피공화국 ‘게임체인저 왔다’ 스벅·이디야·투썸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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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5월 7일 오전 6시 40분 서울 블루보틀 성수점 앞. 블루보틀의 국내 1호점 오픈 닷새째인 이날도 이른 아침부터 3명이 와서 줄을 서 있다. 오전 7시가 되니 블루보틀 매장 내 불이 켜지고 직원들이 가게 문 열 준비를 한다. 8시 문을 열 때쯤에는 이미 50여명의 대기자가 매장을 옆으로 빙 돌아 긴 대기 행렬을 이루고 있다. ‘커피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블루보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블루보틀=핵인싸’라는 인식이 퍼진 덕분이다.

5월 9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블루보틀’ 태그를 건 게시물은 15만6000개에 달한다. 블루보틀 관계자는 “한국은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여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진출하게 됐다. 성수동 1호점 오픈 후 기대 이상으로 고객이 많이 몰려 감사하다. 2분기 내 삼청동 2호점에 이어 연내 4호점까지 출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2. 지난 4월 30일 CJ푸드빌이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의 경영권을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넘긴다고 밝혔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CJ푸드빌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가장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한 것. 매각 가격은 지분 45%에 2025억원. 지분율을 감안하면 투썸플레이스 사업부의 기업가치는 45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미니스톱 인수전 당시 롯데가 써낸 금액과 비슷하다. 지난 4월 말 기준 미니스톱 매장 수는 2563개, 투썸플레이스는 1090개. 미니스톱의 절반도 안 되는 매장 수를 감안하면 1인 가구 증가로 각광받는 유통 채널인 편의점보다 커피전문점이 2배 이상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커피공화국’ 대한민국의 커피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블루보틀이 드디어 성수동에 1호점을 오픈하고 업계 3위(매장 수 기준) 투썸플레이스는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스타벅스는 12년 만에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됐고 이디야는 드라이브 스루(DT) 매장 출점을 비롯해 3000호점 오픈을 바라본다. 가격 면에서는 5000원 이상 스페셜티 커피와 함께 900원짜리 ‘초저가 커피’로 양극화됐다.

원두 상태나 로스팅 정도에 따른 커피맛의 차이에 민감해져 중배전 커피와 홈카페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

▷커피 수입 세계 7위…원두맛에 눈뜨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커피 소비국이다. 국제커피협회(ICO)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2년 이후 꾸준히 커피 수입이 증가해 EU, 미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알제리에 이어 커피 수입 7위 국가로 집계됐다. 관세청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512잔으로 10년 전보다 네 배 이상 늘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커피전문점은 아메리카노 가격이 4000원 이상인 고가 커피가 대부분이었다. 이후 이디야를 비롯한 2000~3000원대 중가 커피가 등장했고, 빽다방과 편의점 커피를 앞세운 1000원대 저가 커피도 새로운 시장을 형성했다.

편의점 커피의 경우 GS25의 PB 커피 ‘카페25’는 지난해 9200만잔 이상 팔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초에 두 잔씩 팔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는 1억잔 판매 돌파가 확실시된다. CU의 ‘GET커피’도 2015~2019년 커피 매출 성장세가 전년 대비 34~81%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지난해에는 콜라·흰 우유·캔커피·맥주는 물론, 전통의 강자인 ‘바나나 우유’도 제치고 전체 판매 순위 2위를 기록했다(담배 제외). 부동의 1위는 ‘얼음컵’이다. 커피 연관 상품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편의점 매출은 커피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커피 시장은 5000원대 이상 스페셜티 커피와 1000원 미만 초저가 커피로 양극화되는 모습이다. 전자는 블루보틀과 폴바셋·스타벅스 리저브 등이, 후자는 커피온리·매머드익스프레스 등이 대표 사례다. 커피온리 가맹점을 4개 운영하는 이경훈 다점포 점주는 “900원과 1000원대 커피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저가 커피는 1000원대에 대용량을 강조하지만 900원 초저가 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900원에 불과해 문턱이 훨씬 낮다. 이 때문에 커피 생각이 없어도 지나가다 보고 가볍게 들르는 신규 고객이 적잖다”고 말했다.

커피맛도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간 한국인이 좋아하는 커피맛은 생두를 오래 볶아(강배전) 쓴맛을 강조한 커피라는 것이 업계 정설이었다. 생두를 조금만 볶은(중배전) 커피는 상대적으로 신맛(산미)이 강해 일본에서는 인기가 높지만 국내에서는 외면받았다. 스타벅스, 이디야 등 내로라하는 커피 프랜차이즈도 대부분 강배전 또는 중강배전 커피가 대세였다. 그러나 블루보틀, 폴바셋, 커피온리, 매머드익스프레스 등이 모두 중배전 방식을 채택하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 같은 한국인의 입맛 변화는 품질 좋은 커피 원두에 대한 선호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강배전을 하면 원두가 타서 고유의 향과 맛이 약해질 수 있다. 폴바셋 관계자는 “폴바셋 커피는 초콜릿을 연상케 하는 달콤한 산미가 특징이다. 바리스타가 직접 세계 커피 원산지를 돌아다니며 희귀한 생두를 발굴한 뒤 커피 원두 고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가볍게 볶는 중배전 방식”이라고 말했다.

중배전이 화제를 모으면서 스타벅스도 지난 4월 생두를 약하게 볶아 산미를 강조한 ‘블론드 에스프레소’를 100개 매장에 시범적으로 선보이며 중배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스타벅스 측은 “스타벅스가 블론드 에스프레소 음료를 선보이는 것은 아시아에서 한국이 최초다. (생두를 살짝 볶은) 라이트 로스팅 음료는 특히 밀레니얼 세대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스타벅스 회원 9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30대 고객층의 47%, 20대 고객층의 32%가 라이트 로스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디야도 지난 2월 35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평택에 자체 원두 로스팅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이디야는 이디야랩에서만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하고 일반 가맹점에는 동서식품에서 납품받은 원두를 제공한다. 내년 4월 로스팅 공장이 준공되면 연간 6000t의 원두를 직접 생산, 전 가맹점에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공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커피 시장의 또 다른 노다지는 바로 ‘집’이다. 집 안에서 주로 생활하는 ‘홈족’ 증가 트렌드와 맞물리며 ‘홈카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에스프레소 머신, 원두와 생두, 캡슐커피·티백커피, 여과지, 커피여과기, 핸드드립 포트, 핸드밀·그라인더 등 홈카페 관련 상품의 판매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154%까지 급등했다. 주목할 부분은 에스프레소 머신의 소비 트렌드 변화다. 2016~2018년에는 전자동·반자동 머신 모두 18~88%씩 판매가 늘었지만, 올 들어서는 반자동 머신만 11% 성장을 이어가고 전자동 머신은 5% 판매가 줄었다. 커피에 대한 소비자 취향이 더욱 다변화·고급화되며 커피 관련 제품에 대한 관여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G마켓 관계자는 “전자동 머신은 버튼만 누르면 커피가 바로 나오지만 반자동 머신은 원두를 갈고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손이 많이 간다. 그래도 소비자 취향에 맞게 다양한 맛의 커피를 만들 수 있어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는 홈카페족을 공략하기 위해 커피 배달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엔제리너스는 2013년 배달앱 ‘푸드플라이’를 통해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2017년 ‘배달의민족’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지난해 들어서는 ‘요기요’와 손잡은 이디야를 비롯해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찌 등도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많이 창업, 많이 망하는 커피전문점

▷폐점률 최고…디저트 보강 필수

커피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대형 브랜드 커피전문점도 매장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이디야 2477개(실제 운영 매장 기준, 출점 호수 기준은 2817호점), 스타벅스 1280개, 투썸플레이스는 1090개에 달한다. 이들 브랜드 매장을 모두 더하면 여의도를 200번 덮고도 남는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도 스타벅스 192개를 비롯해 투썸플레이스도 5개를 운영 중이다. 이디야는 내년 상반기 3000호점 돌파를 목표로 한다.

상위 브랜드와 달리 일반 커피전문점 창업 시장의 기상도는 그리 맑지 않다. 다른 업종에 비해 매장이 많고 진입장벽도 낮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소속된 118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8만7540개 가맹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커피·음료 프랜차이즈의 가맹점 평균 폐점률은 8.5%에 달해 전체 업종 중 가장 높았다.

자동차·치킨(각 7.5%)이 두 번째로 높았고, 외식(7.3%), 화장품, 피자(6.4%)가 뒤를 이었다. 전체 평균 폐점률은 6%였다. 이는 ‘계약해지’ 기준으로, ‘명의변경’을 포함하면 실제 폐점률은 훨씬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커피전문점 창업 시 커피맛은 물론, 내 가게만의 차별화된 시그니처 디저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커피전문점은 창업이 많고 그만큼 많이 망하는 ‘다산다사’ 시장이다. 저가 커피는 편의점과 경쟁하고, 고가 커피는 스타벅스나 블루보틀과 경쟁해야 하며 소비자 가격 저항을 이겨낼 만한 다른 강점을 갖춰야 돼 쉽지 않다. 일반 자영업자라면 20~30평 규모 편안한 분위기의 매장에서 냉동 디저트가 아닌, 매장에서 직접 구운 ‘홈메이드’ 방식의 시그니처 베이커리 메뉴를 갖추고 적정 가격대로 제공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창업컨설팅학과장(창업학 박사)의 조언이다.

인터뷰 | 봉희백 커피온리 대표

사회처럼 커피도 양극화…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

커피온리(COFFEE ONLY)는 아메리카노를 900원에 파는 초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다. 지난 2016년 처음 문을 열고 전국에 11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업계 최초로 무인결제(키오스크) 시스템을 도입해 커피 가격을 낮췄다.

Q 저가 커피에 이어 900원짜리 초저가 커피가 반향을 얻고 있다. 커피 시장이 양극화되는 것인가.

A 사회가 양극화하듯 커피도 마찬가지다. 경제력 있는 이들은 ‘스타벅스’ ‘블루보틀’ 등 고급 스페셜티 커피 시장으로, 학생 등 지갑이 가벼운 이들은 저렴한 커피로 몰릴 것이다. 이제 커피도 어중간하면 살아남기 힘들다.

Q 900원은 너무 저렴해서 원두 품질이 안 좋은 것 아닌지 우려된다.

A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는데 만일 커피온리 커피가 맛이 없었으면 시장에서 금방 도태됐을 것이다. 3년간 살아남았다는 것은 맛과 품질이 좋고 가성비가 뛰어남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커피 생두 수입과 로스팅을 직접 하고 업계 최초로 무인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불필요한 유통 마진을 없애고 메뉴 가짓수를 16개로 줄여 원가를 절감한 것이 주효했다. 단, 박리다매가 필수인 초저가 커피는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 들어가야 돼 전국에 300호점까지만 출점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본다.

Q 향후 국내 커피 시장을 전망한다면.

 

A 2012년에 스타벅스가 성장 정체를 겪으며 포화 우려가 나왔지만 이후 급성장했고 한 번도 정체된 적 없다. 우리 국민의 커피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앞으로도 국내 커피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이다. 다만 커피전문점이 무분별하게 너무 많이 생겼는데 경쟁력 없는 매장은 폐점하고 다른 브랜드로 바뀌면서 성장해나갈 것이다. 가격 경쟁이 치열하지만 초저가 커피보다 더 저렴한 커피는 나오기 힘들다고 본다. 그럼 본사와 점주 모두 수익을 내기 힘들다. 무인카페는 최근 비대면 트렌드를 타고 초반에 반짝 인기를 끌 수는 있겠지만 입지는 빌딩 내부 등 특정 상권에 국한될 것이다. 위생관리 문제도 있고 전자동 제조 커피는 수동 제조 커피 품질을 따라오기 힘들어 확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박영선·양유정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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